[대담] 「인게이지」 1권 출간한 만화가 박성규
T-Bell
2009/06/09 00:30:18

 지난 2008년 10월 15일 발매된 『부킹』 2008년 21호에서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 있습니다. 「인게이지 (ENGAGE)」라는 제목을 가진 이 작품은 만화가 박성규 씨의 장편 데뷔작으로 학산문화사의 <통합신인공모전> 최종 후보작 진출 이후 1년이 넘는 기간을 준비한 후 빛을 보게 된 작품입니다.

 『만』은 이 「인게이지」의 단행본 1권 발매를 기념하여 작가인 박성규 씨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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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세종  우선 첫 장편 데뷔작인 만큼 작가님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간단한 프로필을 말씀해주세요.

박성규  안녕하세요. 저는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를 나왔고 학산 신인공모전에 「언싱커블」이라는 작품으로 본선을 진출한 후 「인게이지」로 데뷔한 박성규라고 합니다. 데뷔 이전에는 오에카키 커뮤니티와 루리웹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변태작가'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지만 현재는 개인 블로그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양세종  박성규 작가님은 데뷔 전에 ‘변태작가’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셨는데요. 이번에 데뷔를 하시면서는 본명을 사용하셨습니다. 본명을 사용하시게 된 연유가 있다면?


박성규  저희 집에 지금까지의 연재분 잡지가 다 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물론이고 친척 분들까지 사주고 계신데요. 잡지에 제 이름이 ‘변태작가’로 쓰여있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겠다 싶었죠. 그래서 본명을 사용했습니다.


양세종
  이번에 「인게이지」를 통해 장편 데뷔를 하셨는데요. 연재를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을 말씀해주세요.


박성규  우선 대학을 졸업한 뒤 학산문화사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선배님의 권유로 공모전 준비를 했습니다. 그래서 그린 작품이 살짝 정신나간 야구만화인 「언싱커블」이었구요. 이 작품은 본선 진출에 머물렀지만 그 때부터 연재를 제의받아 약 1년 좀 넘게 준비를 하고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준비하는 동안에는 ‘왜 아직 안되나!’ 하는 생각 뿐이었는데 막상 시작하고나니 스스로가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져 부끄러울 뿐입니다.



양세종  「인게이지」라는 제목을 사용하게 된 연유가 있으신가요? 혹, 제목에 담긴 의미가 따로 있다던가.


박성규  우선 'Engage’라는 단어가 여러가지 의미로 쓰이지만 군사적으로 ‘교전’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즉, 무전에서 간단하게 “인게이지!”라고 한다면 지금부터 적과의 전투를 시작하겠다는 의미죠. 독음이 4글자인 것과 어감이 좋은 점,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가 좋아서 쓴 것이라 달리 깊은 뜻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담으로, 처음엔 ‘철의 드레스’ 라는 의미의 독일어로 ‘아이젠 클라이트’라는 제목을 생각했었지만 너무 길어서 퇴짜를 맞았죠.



양세종  「인게이지」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싸우는 주체가 주로 여성들이라는 점일 듯 합니다. 이런 컨셉을 생각하시게 된 경위가 있으시다면?


박성규  요즘에 여성들이 전투의 주체가 되는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띄는만큼 ‘트렌드에 묻어가냐’고 묻는다면 그게 아니라고 딱 잘라 부인할 수도 없겠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저는 남자 근육 그리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자가 사용하는 파워드 슈트같은 것은 마지막까지 하나도 그리고 싶지 않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데로만 할 수는 없는 일이라서 말이죠.


양세종  작품을 그리시면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와 가장 껄끄러운 캐릭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박성규  역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엘레노아 올브라이트 중령’입니다. 겉모습은 롤리타인데 행동거지가 나이가 꽤 든, 높으신 분 같은 그 괴리감이 매력적이라는 복잡한 설정이지요. (하지만 역시 겉모습 때문에 귀여운 모습을 더 그리고 싶긴 합니다.) 가장 껄끄러운 캐릭터라면 지금에 있어서는 ‘집사’입니다. 예전에는 아저씨를 그리는 데 꽤 자신이 있었는데 요즘에 들어서는 어찌된 일인지 잘 그려지질 않네요.



양세종  「인게이지」를 보다보면 메카닉, 무기 등의 묘사에 상당히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이는데 메카닉, 무기 등을 그리시면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박성규  중점을 두는 부분이라면 역시 ‘무기는 무기같아 보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있는 것들은 그대로 그리기만 해도 그런 느낌이 나오지만 작가가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는 똑같은 컨셉의 무기라도 느낌이 꽤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작품 분위기에 따라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무기를 그릴 수도 있지만 저는 역시 ‘이건 사람 잡으려고 만든 기계다’ 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무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만화에서 가장 그런 느낌이 안드는건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인 ‘ATF’ 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기호가 있지만 ‘주인공’이라는 느낌에 집중을 하다보면 어쩔 수가 없네요. 하지만 지금의 ATF는 어디까지나 기본 장비조차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불완전한 모습이기 때문에 점점 더 멋진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양세종  최근 연재분을 보자면 남자 주인공 시현의 역할이 유약했던 이전에 비해 상당히 바뀌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후 전개에 큰 영향이 있을 듯 한데 미리니름 (스포일러)이 되지 않는 선에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성규  말씀하신 대로 최근 연재분을 통해 보여진 시현이의 모습은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벌써 어떤 느낌인지 알아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제 동생은 벌써 눈치 챘더군요!) 그래도 일단은 앞으로의 전개를 좀 더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이 부분은 단행본 2권 내 클라이막스 직전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양세종  「인게이지」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인데,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신 옛 작품들을 보다보면 자주 등장하는 양갈래 금발 머리의 롤리타형 누님 캐릭터가 있습니다. 이 캐릭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박성규  일단, 제가 금발이라면 환장을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 시절까지 그린 만화의 주인공의 8할이 금발 여자아이인데요. 머리모양은 조금씩 변화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포니테일을 그렸었구요. 다음은 하프보브업이라고 하던가? 양쪽으로 애교머리를 묶은 모습인데 트윈테일이랑은 좀 다른 머리였습니다. 

 여하튼 금발 롤리타형 누님 캐릭터가 처음 등장한 것은 대학 졸업작품으로 그린 「7.62mm의 마법」에서 부터입니다. (여기에서는 아직 머리가 하프보브업이었습니다.) 롤리타형 외모, 그와 어울리지 않는 나이 든 사람 같은 행동, 그리고 세상을 삐뚤게 보는 시선이라는 요소가 확립되었죠. 이 캐릭터 이름은 ‘박청희 준장’으로 작품을 완결내진 못했으니 설정이 빛을 볼 일은 없겠지만 지구에 낙하한 외계인의 병기를 조종하기 위해 국가에서 만든 생체병기였다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등장한 작품이 「언싱커블」에 등장한 '이윤지'라는 캐릭터입니다. (여기서부터 트윈테일로 그렸죠.) 이 작품에선 실제 나이를 18세로 잡은 덕에 외모에 의한 갭은 많이 줄어들었죠. 이전과 마찬가지로 본성을 드러내면 상당히 무섭지만 박청희 준장처럼 세상을 삐뚤게 보거나 시커먼 속내를 숨기거나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겉모습은 무섭지만 좋은 아이’라는 설정이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이제 「인게이지」에 등장한 캐릭터가 ‘엘레노아 올브라이트 중령’입니다. 보통은 그냥 ‘중령’이라고 부르지만요. 쉽게 보자면 이윤지의 외모와 박청희 준장의 내용물을 합쳐놓은 것 같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역할은 아군의 우두머리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 비열하고 무자비한 수단도 꺼리지 않아 이 만화에서 가장 악한으로 보이죠. 애당초 박청희 준장부터 시작된 이 캐릭터들의 핵심은 그 ‘갭’에 있었습니다. 그런만큼 작품 내에서 살벌한 일을 도맡는 데도 겉모습은 예쁘장하게 꾸미는데 꽤 신경을 쓰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이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유일하게 출연할 때마다 매번 의상이 바뀌고 있죠. 그래서 의상 그리는 재미도 있는 캐릭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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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일 발매된 「인게이지」 1권의 표지.


양세종  최근에 단행본 1권이 나왔습니다. 단행본을 사 볼 독자분들이 눈여겨 봐주셨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박성규  이미 1권이 발매된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기도 뭐하지만 이 만화는 설정을 이해하기가 꽤 힘든 작품입니다. 제가 설명을 잘하지 못해서 더 알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말이죠. 스스로 봐도 심히 서투른 전개지만 일단 1권을 통해 ATF와 주인공 시현의 관계, 그리고 이를 둘러싼 세력 구도정도만 파악하시면 이후의 전개가 좀 더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양세종  앞으로 동인 활동은 계속 하실 생각이신가요?


박성규  전과 같이 열정적으로 하긴 힘들겠지만 조금씩이라도 계속 참가할 생각입니다. ‘좋아하는 일이 생업이 된다는 것’. 기뻐하기만 할 일이 아닌 것을 조금은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좀 더 취미쪽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양세종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성규  예전부터 만화가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만화가로 살아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닥쳐보니 그 충격과 공포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네요. 무엇보다도 가장 충격적인 것은 '나 자신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았나' 하고 느껴지는 점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앞으로는 그런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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